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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경제] "실수 많지만 음악 열정은 요요마보다 뜨겁죠"
    • 작성일2017/06/12 17:29
    • 조회 1,607



    "실수 많지만 음악 열정은 요요마보다 뜨겁죠"

    장애아에게 첼로 가르치는 배일환 이화여대 음대 교수
    문화자선단체 `뷰티플마인드` 설립 장애아 연주자 육성






    첼로는 부둥켜안고 연주하는 악기다. 배일환 이화여대 음대 교수(44)는 첼로 선율로 세상을 껴안으려 한다. 그는 2004년부터 장애아들을 보듬으며 첼로를 가르치고 있다. 그리고 연주 무대를 통해 아이들의 닫힌 마음을 열어주고 있다.

    2006년 미국과 홍콩, 한국에서 문화외교 자선단체인 사단법인 뷰티플마인드(이사장 한승주)를 설립한 후 그의 삶은 장애아들에게 향해 있다.

    지난 10일 저녁 만났을 때도 그는 발달장애아에게 동요 `반짝반짝 작은 별`을 지도하고 있었다. 서울 중구 충무아트홀과 협력한 `뷰티플 마인드 뮤직아카데미` 수업시간이었다.

    지난해 봄 시작한 이 아카데미는 장애아들에게 피아노와 바이올린, 첼로 등을 가르치고 있다. 피아니스트 유혜영ㆍ함영림, 바이올리니스트 김유미, 클라리네티스트 이상재, 비올리스트 신종호 씨 등이 교사진이다.

    모든 게 서툰 장애아들을 가르치는 과정은 굉장한 인내심이 필요하다. 하지만 배 교수는 "장애아들과 만나는 레슨실이 산소방 같다"며 "오늘 하루 고단했는데 아이와 함께 연주하면서 활기가 생겼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의 얼굴은 환했고 눈빛은 맑았다.

    "제가 주는 것보다 아이들에게 받는 게 더 많아요. 이 아이들은 정말 순수하게 음악을 대합니다. 때 묻지 않은 선율을 들으면서 내 음악을 반성해요. 나 자신을 낮추고 사람을 대하게 만들죠."

    그는 이 레슨을 단순한 `음악 치료`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장애아들을 사회에 도움을 주는 연주자로 키우는 게 목표다.

    "저는 항상 아이들을 `음악 동료`로 소개합니다. 이 아이들의 연주에 사람들이 감동받으니까요. 우리가 도와줄 존재가 아니라 오히려 그 아이들이 우리에게 축복을 가져다 줘요."

    줄리아드 음대와 예일대 음대 석사, 인디애나대 박사과정을 밟은 후 27세에 최연소 이화여대 교수에 오른 배 교수. 2004년 장애아들로 구성된 실내악단 `온누리사랑챔버` 공연을 본 후 그의 인생관이 달라졌다.

    "박자도 잘 안 맞고 실수도 많았지만 음악에 대한 사랑은 정말 뜨거웠어요. 세계적인 첼리스트 요요마가 주는 감동보다 훨씬 더 컸죠. 교수가 된 후 안주하려던 내 음악이 부끄러웠어요. 그 후 `봉사`가 아니라 `섬기는 마음`으로 장애 아이들을 가르칩니다."

    `온누리사랑챔버`에 대한 애착은 2005년 스탠퍼드대 방문교수로 간 후에도 변함없었다. 이 아이들의 훌륭한 연주를 미국인들에게 들려주고 싶었다. 한국에 와서 모금 음악회를 열어 여행경비를 마련해 2006년 2월 스탠퍼드대 강당 무대에 섰다. 반응이 너무 좋아 캘리포니아주 5개 도시 순회 공연을 했다. 그해 9월 홍콩에서, 12월 서울에서도 음악회를 열었다.

    "기적이 계속 일어났어요. 서울 모금 음악회에 왔던 미국 대사관 직원이 감동해 3일 만에 비자를 내줬죠. 사무실도 상임이사인 노재헌 변호사가 무료로 임대해 주고 있어요. 목적이 순수하니까 기업들도 많이 도와주고 있죠."

    미국 음악회 수익금은 미국 장애우 단체 다섯 곳과 한인양로원 건립기금에 보탰다. 지난 2월 네팔과 방글라데시 음악회 수익금도 전액 기부했다. 물이 귀한 이들은 그 돈으로 우물을 팠다. 22일에는 몽골에 연주하러 간다.

    정부의 문화홍보 외교사절인 배 교수는 "외국에서 아무 대가 없이 음악 봉사하는 게 문화외교"라며 "한국 이미지가 좋아진다"고 설명했다.

    뷰티플마인드는 인종과 국경, 장애를 초월한 사랑을 실천하는 데 `다리` 구실을 하고 있다. 국제 아동구호단체인 유니세프와 북한인권시민연합, 기아대책본부 등과 함께 자선 음악회를 열고 있다. 좋은 일은 나눌수록 커지기 때문이다.

    [전지현 기자 / 사진 = 이승환 기자]